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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한국민과 미군 그리고 SOFA

미군 고엽제 매립의혹으로 불붙은 불평등한 한미관계 “SOFA협정 전면 개정하라” 평화도보순례단 1600리 대장정

2011년 07월 22일 15시 43분 (주)양주/동두천신문사



“이번 고엽제 파문에서 보듯, 미국이 한국민의 생명과 삶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더라도 우리국민들은 책임에 대한 처벌은커녕 보상조차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표적인 법이 바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입니다”

지난 15일 양주시 덕계동 노상에서 만난 김홍열 평화도보순례단장은 5일간 계속된 강행군에 발바닥은 너덜너덜 물집이 잡혔다.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다. 종아리는 퉁퉁 붓고 온몸은 땀범벅이다.

이들을 자세히 보면 가슴마다 단 개인현수막을 볼 수 있다. ‘주한미군 규탄! 한미SOFA개정!’
하늘은 짓궂게 비를 뿌리지만 참가자 어느 하나도 지친기색은 없다. 오히려 함께 길을 나선 동료를 독려하듯 서로서로 걸음을 재촉한다.




평양에서 한라산까지, 이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



지난 14일부터 양주, 동두천, 의정부, 포천, 파주, 구리, 남양주 민주노동당 당원들로 구성된 ‘민주노동당 경기북부협의회 평화도보순례단‘은 미군부대 3곳을 경유하는 도보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13일까지 예정된 행진은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를 시작, 양주 캠프 광사리를 거쳐 동두천 캠프 케이시까지 하루 21㎞를 걷는 강행군이다.
이들이 예정된 날까지 도보행진을 마친다면 총 651㎞를 걷게 된다. 직선으로 평양에서 제주도 한라산까지 걷는 셈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생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동차 판매원, 방문요양 사업자, 공장 노동자. 언뜻 보면 이들은 서로서로 만날 일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한마음으로 뭉쳤다. 그것은 바로 지난 5월 고엽제 매립의혹으로 또 다시 수면위에 떠오른 SOFA를 개정하자는 것이다.

행진에 참여한 황왕택 민주노동당 동두천시위원장은 “미군에 의한 고엽제 매립의혹은 중차대한 반인륜적 범죄임과 동시에 한국과 미국의 불평등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SOFA가 개정되지 않는다면 미군에 의해 발생하는 범죄로부터 한국인은 절대 안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2년 이후 양주ㆍ동두천 지역 미군범죄일지



오랜 기간 동두천은 미군이 주둔하면서 살인, 강간 등 여러 유형의 미군범죄가 발생했고, 양주는 미군 훈련장과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두천과 의정부 사이에 낀 탓에 미군으로부터 피해를 입어왔다.
가장먼저 2002년 6월 13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선이 효순이 사건’.

양주 광적면 도로에서 친구 생일잔치에 가던 두 여중생이 미군 궤도차량에 압사한 사건이다. 당시 미군은 ‘단지 비극적인 사건일 뿐’이라며 사건을 축소하려다 국민의 전국적인 비판여론이 일자 7월 3일 운전병과 관제병을 과실치사죄로 미 군사법원에 기소했다.
그러나 동두천 캠프 케이시 내 미 군사법정에서 열린 군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2명 모두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이어 2005년 4월에는 동두천 지행동 교육지원청 앞 사거리에서 미군 하사가 운전하던 군용 봉고차가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하다 진행방향 좌측에서 직진신호를 받고 달리던 오토바이 우측면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김 모씨(여, 34세)와 함께 타고있던 김씨의 아들 이모(2)군이 20여 미터를 튕겨져 나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크게 다쳤다. 그러나 미군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오토바이가 신호를 위반했다, 나의 결백은 오직 신만이 알 것”이라며 범죄 사실을 부인했지만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관된 것을 근거로 미군이 신호 위반을 한 것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지만 ‘공무중 발생한 사고’라는 이유로 재판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 사고로 이군은 머리에 물혹이 생기고 뇌압이 높아져 그해 10월, 인공적으로 머리의 물을 호스를 통해 방광으로 빠져나오게 하는 수술을 했다. 이군은 평생 호스를 끼고 살아야 한다.

이어 2008년 6월 14일에는 21세 여성이 동두천 모처의 노상 주차장에서 주한미군에 강간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양주경찰서는 정액에서 DNA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범인색출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잡지 못했다. 그러던 중 서울 서대문경찰서가 주한미군이 한국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강간과 강간미수사건 2건을 수사하던 중 범인이 동두천 성폭행 사건과 동일범임을 인지, 미군 K병장을 검거했다.

또 2010년에는 5월 15일에는 동두천 모처의 주택에 미2사단 캠프 케이시 소속 A상병이 침입, 60대 할아버지를 협박하고 잠을 자던 10살 손자의 성기와 항문을 20여분간 강제로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은 마당에 있던 차량을 훔쳐서 타고 달아난 뒤, 양주 회정동의 한 주유소에서 금고를 털어 현금 65만원을 훔쳐 도망갔고, 이후 동두천경찰은 CCTV 화면 분석을 통해 미2사단 헌병과 함께 같은 날 오전 미2사단 내에서 피의자 신병인수증을 발부해 검거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3월 26일 동두천에서 미2사단 소속 L모(20) 이병이 A(70)씨의 집에 침입, 옥상에서 마주친 A씨 부부를 각목으로 때린 뒤 부인 B(64)씨를 성폭행하려한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에 체포된 L이병은 이례적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미군범죄 구속률 전무… 미군, 미군속에 그 가족, 친척까지 ‘형사 특혜’



미군범죄에 대해 한국사법기관이 주권을 행사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실제 2009년 4월에서 지난해 2월까지 동두천에서 발생한 미군(미국인) 범죄는 강간 1건, 절도 19건, 폭력 11건 등 모두 31건으로 이었지만 이들 모두 불구속 조치됐고, 2010년 2월부터 6월 사이에도 성추행, 절도 등 미군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지만 올해 3월 노부부폭행사건을 제외하고 구속된 미군은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한국 땅에서 한국인이 피해를 입은 범죄에 한국사법기관이 가해자인 미군을 상대로 사법주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유는 SOFA 때문이다.
1966년 7월 서울에서 한국 외무장관과 미국무장관이 조인해 1967년 2월 발효된 SOFA에 의해 한국사법당국은 살인, 강간, 방화, 마약거래 등 등 12가지 강력범죄를 제외하고 미군에 의한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피의자를 임의로 구금할 수 없다.

SOFA 22조에 ’공무집행 중 일어난 미군범죄의 재판권은 미군에게 있다‘고 돼있고 ‘공무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미군 당국이기 때문이다.
2001년 SOFA를 마지막으로 개정하면서 ‘한국이 미국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하면 호의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미선이 효순이 사건’ 당시 정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요청한 재판권 포기에 대해 미국이 이를 거절하면서 개정내용이 무력함이 드러났다.
특히 한미 SOFA는 미군이 주둔한 전세계 28개국 중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미군에 유리하게 구성돼 사실상 미군의 ‘초법적 특혜’를 허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NATO SOFA는 SOFA 상 형사적 특혜를 받는 미군의 가족 개념을 배우자와 부양 자녀에 국한하고 있고, 일미 SOFA의 경우는 ‘기타 친척’은 제외하고 있지만 한미 SOFA의 특혜는 미군속, 그들의 가족, 기타 친척까지 포함돼 매우 광범위 하다.
정상적인 국가의 사법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셈이다.



고엽제 파문, 다시 불붙은 SOFA 개정 움직임



지난 5월 13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현지방송인 KPHO-TV에선 충격적인 내용의 방송이 흘러나왔다.
경북 칠곡군의 미군기지 캠프캐럴에서 근무했던 퇴역미군이 “미군이 ‘에이전트 오렌지’를 기지 내 대량으로 매립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맹독성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는 베트남 전 당시 대량 살포 돼 현지인들과 참전군인들에게 암, 신경장애, 당뇨, 기형아 출산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 화학물질이다.
이후 동두천, 부천 등 전국의 미군기지에서 여러 미군이 화학물질을 매립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기북부지역은 이미 한ㆍ미군이 68년~69년 사이 비무장지대 6840㏊에 맹독성 고엽제를 살포한 점, 77년~78년 미2사단 사령부에 근무했던 앤더슨의 ‘2사단전체 창고에 저장돼 남아있는 모든 다이옥신을 없애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증언, 97~98년 보산동 캠프케이시와 호비에 아스콘, 콘크리트 등 폐기물 불법 매립, 상패동 캠프님블 오염도 등 전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경기북부지역 화학물질 매립은 거의 확실하다는 게 시민사회의 주장이다.

평화도보순례단장을 맡은 김홍열 민주노동당 양주시위원장은 “미군기지는 한국이 미군에 제공한 ‘공여지’로 간주돼 기지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도 원상회복과 보상 의무가 없고 환경범죄 행위자 처벌이 SOFA규정에 없다”며 “이 때문에 한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되는 환경범죄에도 한국은 제대로 된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학물질 매립의혹에 대한 미군의 성의있는 조치와 동시에 환경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SOFA 조항개정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김광선 기자 | 다른기사보기 | batto191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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